
경계를 허물고
함께 성장하다
공진화 전략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지구가 둥글 듯 생태계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자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기업과 기업에도 적용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인지한 기업들은 ‘공진화’를 전략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
트렌드가 된 공진화
사전적 의미의 공진화는 생태계 안에서 여러 개의 종(種)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진화해 가는 것을 말한다. 요즘 현대 사회의 비즈니스에서도 이런 생태계 현상과 비슷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트렌드 코리아 2025>에 소개된 ‘공진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한국의 기업이지만,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라이벌(?) 구도를 가진 기업들이다. 서로 견제하기도 바쁠 것 같은 두 기업인데 알고 보면 서로를 허락한 사이다. 사물인터넷(IoT)이 상용화되면서 스마트폰 한 대로 집의 다양한 가전을 끌 수 있는 스마트홈이 많아지자 각 기업의 스마트홈 앱에서 서로의 가전제품을 관리할 수 있게 협의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홈 앱 때문에 한 곳의 기업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여러 기업의 상품 중 선택할 수 있어 좋고, 기업들도 고객을 한 명 더 유치할 확률이 높아져 모두에게 합리적인 협의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공진화 전략은 기업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트렌드를 말한다.
공진화 전략에는 ① 폐쇄적 자족시스템, ② 제한된 파트너십, ③ 개방적 협력망, ④ 공진화 생태계, 이렇게 네 단계가 존재한다. 이 단계들은 수가 커질수록 온전한 공진화의 개념에 가까워진다. 1단계의 예시로는 미국의 애플(Apple)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팟, 아이폰, 맥 등 애플만의 촘촘했던 세계관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반독점 규제에 나선 것이다. 공진화 트렌드에 합류하지 않은 대가가 꽤 강한 압박으로 돌아왔다. 2단계에는 전통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의 만남이다. 이들은 경쟁 관계이긴 하지만 서로의 이점을 이용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전통 금융사는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으로 디지털화를 이루고, 핀테크 기업은 금융사의 인지도를 이용해 사용자를 유입하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3단계에는 앞서 말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가 있다. 4단계는 비로소 공진화 생태계다. 마치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것처럼 비즈니스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공진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공진화 전략의 마지막 단계다. -
오늘의 적, 내일은 동료?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기업 간의 영향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충분히 많은 기술이 개발된 지금, 새로운 혁신을 꿈꾸고 있다면 앞으로는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공진화 전략 트렌드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와중에도 경쟁사를 견제하느라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지도 모른다. 폐쇄적 자족시스템을 고수하다가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는 애플처럼 말이다.
공진화 전략의 단계를 설명하며 예시로 들었던 사례들만 봐도 공진화 전략을 잘 이용하면 기업 성장과 소비자 만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기업들이 하나둘 공진화 전략을 취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모든 기업이 자신의 회사만 잘 되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산업의 구조가 달라지면서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을 직감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고객들은 언제나 더 새롭고 좋은 상품을 원하고 있다. 그들의 소비 욕구를 잠재울 만한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여러 기업이 협력한다면 당연히 더 빠르게 정답을 찾을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공진화 전략은 꼭 기업과 기업 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SNS에서 뜨거웠던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던 전통시장에 떡하니 입점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전통시장에 스타벅스라니?’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경동시장은 스타벅스 입점 이후 SNS에 인증 게시글이 넘쳐나는 MZ 세대의 핫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시장 상권을 망칠 것만 같던 대형 카페였지만, 오히려 그 카페를 방문하려는 사람들로 경동시장이 붐볐다. 이것 또한 하나의 공진화인 것이다.
어느 생태계든 원리는 같다. 변화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것. 인류가 발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 적응한 것처럼 기업들도 흐름에 맞춰 성장하고 싶다면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제는 경쟁자라고 해서 늘 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오늘의 적이 내일은 동료가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