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하나 찍히지 않은 텅 빈 종이를 보면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막막해지기 마련입니다. 연필 한 자루를 쥐고 선을 그어보려 하다가도 자꾸만 멈칫거리게 되는 이유는, 아마 완벽한 그림을 완성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테지요. 점이라도 하나 찍어야 선을 그을 수 있고, 선들을 이어 네모난 상자라도 하나 그려야 색을 칠할 수 있을 텐데 애꿎은 연필만 빙빙 돌리고 있는 모습이 우습기도 합니다.
인생이란 것도 그렇습니다. 멋진 미래를 상상하며 첫 시작을 망설이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렇지만 그 고민이 너무 길어진다면 깨끗하던 도화지의 색이 바래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찌그러진 원을 그리게 될까 봐 점 하나조차 찍지 못하고 있다면 우선은 점을 하나 찍어 보세요.
그다음엔 먼저 찍은 점 옆에 또 다른 점을 하나 찍는 겁니다. 이렇게 점을 하나씩 찍어 가다 보면 어느새 선이 하나 생기겠지요. 자꾸만 선을 긋다 보면 꽤 반듯한 사각형이, 그 옆엔 원들이, 결국 마지막엔 꽤 그럴싸한 작품이 완성돼 있을 거예요.
이게 바로 우리가 인생을 그려가는 방법입니다. 멋진 그림은 한 획으로 그릴 수 없는 것처럼 삶도 그런 것입니다. 선을 긋다 어긋나면 지우개로 살살 지워서 고치고 다시 그으면 그만입니다. 내가 생각한 미래를 꿈꾸며 노력하고, 실수는 수습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원하는 곳에 금방 도착하겠지요. 그러니 조급할 필요 없습니다. 그저 위치한 곳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세요. 시간은 언제나 공평하기에 우리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