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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낚시>
- 감독
- 문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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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일
- 2024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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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영시간
-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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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력한 <밤낚시>, 영화로서의 매력
아마도 밤낚시를 해본 이들이라면 손석구 주연의 단편영화 <밤낚시> 의 첫 장면에 여지없이 낚여버렸을 것이다. 어스름해지는 저녁 어느 강가처럼 보이는 곳에서 들려오는 벌레 소리와 물소리가 그것이다. 하지만 금세 하늘 위로 빛나는 어떤 물체가 지나가면서 관객은 이 밤낚시에서 낚으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해가 뜨는 새벽녘 텐트에서 나온 로미오(손석구)가 담배를 태우는 장면 역시 밤낚시를 하며 맞는 아침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지만, 전기충전소가 무언가에 의해 파괴되었다는 무전을 받고, 그곳에 마치 낚시를 하듯 야광 찌처럼 보이는 집어등에 미끼로 끼워진 건전지를 곳곳에 설치한 후 기다리는 로미오의 모습에서 낚시의 대상이 물고기가 아니라 허공을 날아다니는 생명체라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외계생명체가 나타나면서 로미오와 한바탕 끌고 당기는 낚시 액션이 펼쳐진다.
<밤낚시>의 영화적 완성도와 매력은 영화제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7월 제28회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선정 국제 단편 경쟁 부문 최고 편집상을 수상했고, 또 지난 1월에는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등 해외 영화제에서도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
현대자동차의 도전적인 시도, 광고로서의 매력
그런데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자동차의 시선(?)’으로 모든 장면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차 곳곳에 부착된 카메라들이 찍은 영상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상의 왼쪽 상단에는 내내 자동차 모양의 아이콘이 떠 있고 그 장면이 어떤 위치의 카메라에 찍히고 있다는 것이 표시된다. 영화적으로 보면 연출된 장면이 아닌 마치 CCTV나 블랙박스에 찍혀 실제 벌어진 사건을 찍는 듯한 리얼한 느낌이 이 자동차에 설치된 카메라에 의해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하지만 그건 이 작품이 현대자동차와 협업한 ‘브랜디드 콘텐츠’라는 걸 효과적으로 꺼내놓는 장치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현대자동차에 설치된 7대의 카메라가 모든 장면을 찍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자연스럽게 현대자동차의 빌트인 카메라가 가진 성능들을 체험하게 된다. 즉 이 영화의 러닝타임인 12분 59초는 영화로는 짧은 시간이지만, 광고라면 꽤 긴 시간이 된다. 게다가 관객은 이것이 PPL이 아닌 영화라는 점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다. 영화에는 자동차가 부서질 정도의 액션이 등장하지만, 그 자동차의 전체 모습을 노출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건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로만 찍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지만, 그만큼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기존의 틀을 깬 획기적인 시도를 한 <밤낚시>는 ‘2024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필름 크래프트와 PR부문 대상, 브랜디드 콘텐츠 부문 금상을 차지했다. -
이질적인 것들의 만남이 만드는 시너지
손가락 하나로 광고를 넘겨버릴 수 있는 모바일이 주력 매체로 등장하면서 광고가 효과를 내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광고업계도 계속 주목하고 있는 게 콘텐츠다. 2022년에 박찬욱 감독이 아이폰으로 찍은 영화 <일장춘몽>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도 브랜드가 주목한 콘텐츠와의 협업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처럼 이질적인 것들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최근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밤낚시>와 영화관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12분 59초 분량의 단편영화지만, 극장에서 1,000원의 관람료를 받고 개봉하는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 극장까지 가서 굳이 이 짧은 영화를 본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4만 6천여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팝콘도 다 먹기 전에 끝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개봉한 영화에 이처럼 관객이 많이 찾은 건, 이 체험 자체가 주는 색다른 재미와 더불어 가성비, 시성비를 충족시킨 점이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관람료가 싼 데다 금세 볼 수 있어 다른 작품을 보러 갔다가 관람한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밤낚시>는 이제 새로움이 이질적인 것들의 컬래버레이션에서 나오는 시대를 증명하는 듯한 작품이다. 밤낚시를 외계인 낚시로 해석하고, 영화를 광고와 섞어 ‘스낵무비’라는 포장으로 단편영화를 극장에 세우는 과감한 컬래버레이션이 만들어낸 시너지. 영화나 광고 이외에 어떤 분야에서든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