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3법의 탄생
    통상 에너지 3법으로 알려진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하 ‘전력망특별법’),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해상풍력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준위특별법’)이 2025년 2월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의 합의로 통과된 후, 같은 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통과하였다. 이제 이 ‘에너지 3법’은 정부로 이송되어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에너지 3법 중 「전력망특별법」과 「고준위특별법」은 공포된 후 6개월 후에 시행될 예정이며, 「해상풍력특별법」은 공포된 후 1년 후에 시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3법의 시행에 맞춰 하위 법령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3법은 신규 데이터센터의 등장,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첨단 산업단지의 확대,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와 함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최종 에너지 소비의 전기화 등 에너지 분야의 다양한 현안 이슈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법 제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예를 들어 「전력망특별법」의 경우, 신규 송전망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의 수용성이 낮아 무탄소 전원의 전력계통 연계와 첨단 산업에 대한 전력 공급 차질이 우려되면서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고준위특별법」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관리 및 영구 처분을 위한 법으로, 원전 내 임시 보관 중인 사용 후 핵연료가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제정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마지막으로 「해상풍력특별법」은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 민간 주도로 추진됨에 따라 지역 주민의 수용성 확보 등 지역 현안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정부 주도 입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즉, 이들 법은 무탄소 전원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 구축, 안정적인 전력 공급,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동안 전력 산업을 둘러싼 수많은 이슈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전력망특별법」의 주요 내용
    「전력망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를 신설하고(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 신설), 전력망 확충법에 따라 실시 계획의 승인을 받은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인허가 의제 및 영향 평가 특례를 적용하며(인허가 의제 및 영향 평가 특례의 적용), 국민들의 재산권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별화된 보상 및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다(차별화된 보상 및 지원책).
    우선 「전력망특별법」 제1조는 특별법의 입법 목적을 ‘전기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주요 국가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필요한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를 조기에 확충하여 탄소중립과 국민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후 이어지는 제2조는 송·변전 설비,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 국가기간 전력망 개발 사업 및 전력 계통을 정의함으로써 제1조에서 제시된 입법 목적을 구체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는 모든 345kV 이상의 송·변전 설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이용하여 생산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설비와 국가 첨단 전략 산업 특화 단지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설비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의 확충과 개발 사업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되도록 함으로써 특별법의 지위를 규정하고 있다(제5조).
    특별법 시행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년마다 30년 단위의 장기 전망을 담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기본 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수립 및 시행해야 한다. 기본계획은 전력 계통 포화 지역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전력망 확충 중·장기 정책목표 및 방향, 전력망 확충 전망과 단계별 추진전략, 전력망 확충을 위한 제도의 수립 및 정비, 국가기간 전력망 범주에 포함되지 않은 송전용 전력망과의 연계,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 연관 산업의 생태계 조성·관리 방안, 전력망 확충을 위한 수용성 제고에 관한 내용을 포함해야 하고,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 국가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 등을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 또한 이렇게 수립된 기본계획은 공청회와 전력망 위원회를 거쳐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였다(제6조 내지 제7조).
    특별법 제정에 따라 정부는 범정부·지자체·전문가가 참여하는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이하 ‘전력망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전력망위원회는 전력망 설비 지정, 입지 선정, 인허가 조정, 갈등 조정, 실시 계획의 승인 등 심의 및 의결을 담당하게 된다(제8조 및 제9조).
    특별법 제10조부터 제17조는 인허가 절차 간소화 및 특례에 대한 조항을 담고 있다. 우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실시 계획의 승인을 하려는 경우, 개발 사업 구역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들어 전력망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의견 요청을 받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은 60일 이내에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회신해야 하고, 만약 기한 내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는 의견을 들은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였다(제11조). 또한 국가기간 전력망 개발 사업의 실시 계획의 승인을 받으면 다른 법률에 있는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제13조), 환경 영향 평가 및 재해 영향 평가의 특례를 통해 심의 및 승인 기간을 단축하여 절차를 축소 및 간소화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제15조 및 제16조).
    그동안 한전이 추진했던 송전망 건설 사업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신규 전력망 건설이 예정된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 방안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특별법은 주변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 및 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포함하였다. 우선 사업 시행자의 토지 취득 및 사용 시, 보상액을 가산하여 지급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개발 사업 구역에 편입된 토지 소유자는 사업 시행자에게 토지 매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21조). 또한 기존 「송변전설비 주변 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별개로 지역 주민에 대한 특별한 보상 및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며(제22조), 개발 사업 구역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등에 대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참여 지원(제23조), 가공선로 경과 지자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제24조) 방안 등이 마련되었다. 이 외에도 발전 사업자 및 판매 사업자는 발전 설비가 위치한 지역 내에서 생산한 전력을 해당 지역의 주민에게 우선 공급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부과한 것이 특징이다(제27조).
    한편 특별법 제25조는 전력망 개발 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국가가 개발 사업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는 국가적인 관점에서 전력망 개발 사업이 중요하다는 점을 반영한 조항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력망 개발 사업의 주체가 될 한국전력의 취약한 재무구조를 고려할 때, 단순히 사업자에게 투자 재원 조달 의무를 부여할 경우 적기에 국가기간 전력망이 구축되지 못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의미가 있는 조항이라 볼 수 있다.
  • 시사점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전력망특별법」은 재생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발전 설비의 비중 확대와 인공지능 산업, 데이터센터 확대 등 집약 전력 수요 발생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로 이해된다. 그동안 송전망 건설 사업은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부족, 낮은 주민 수용성 등으로 인해 전력망 확충 사업이 과도하게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빈발하였다. 이에 정부 주도의 전력망 확충, 보상 및 지원책 강화를 통한 주민 수용성의 제고, 인허가 절차의 간소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력망특별법」이 제정된 것이다.
    「전력망특별법」 시행을 통해 전력 수요의 급증과 발전 설비의 용량 증가에 발맞추어 송전 설비 등 전력망을 실질적으로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허가 의제를 통해 기존의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인한 지연을 해소하고, 전력의 생산지 우선 공급을 명문화하여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가가 전력망 확충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포함함에 따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35조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전력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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