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의 곡선, 도시에 머문 예술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역 3번 출구로 나오면 기묘한 형태의 조형물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세 개의 그릇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트라이보울(Tri-Bowl)’이다. ‘세 개’를 뜻하는 트리플(Triple)과 ‘그릇’을 뜻하는 볼(Bowl)의 합성어로, 하늘과 바다, 땅이 어우러진 인천의 정체성과 송도·청라·영종을 상징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마치 수면 위에 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이곳은 도시에 빛나는 포인트가 된다.
2010년 인천도시축전을 기념해 탄생한 이곳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도시와 사람, 자연을 잇는 감성의 매개체다. 곡선으로 이루어진 외관은 오르고, 건너고, 돌아보는 유기적인 흐름으로 공간을 구성했고, 내부에는 최대 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 형태의 공연장과 다목적 공간이 어우러져 기능과 감성을 함께 품었다.
해가 저물면 트라이보울은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건물 곳곳에 설치된 LED 조명이 은은하게 빛난다. 그 빛은 수면 위에 반사되어 파문처럼 번지고, 공간 전체를 한 폭의 그림처럼 물들인다.

곡선이 품은 공간, 곡선이 만든 감성

트라이보울의 핵심은 ‘곡선’이다. 직선을 거부하고, 선형의 질서를 부드럽게 뒤집은 곡선의 미학은 ‘역쉘(易shell)’ 구조에서 비롯된다. 역쉘 구조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로, 거꾸로 세운 원뿔처럼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입체적인 조형미를 완성한다.
건물 아래의 빈 공간은 바람이 스치는 길이 되고, 자연스러운 환기를 돕는다. 내부로 들어서면 외부 곡선이 그대로 이어진 벽과 나선형 동선이 방문객을 부드럽게 감싼다. 등고선을 따라 걷듯 천천히 오르면 공연장을 지나 3층에 닿고, 다시 2층으로 이어진다.
전시 공간은 바닥 일부를 비우고 브리지를 연결해 위와 아래가 자연스럽게 소통하도록 설계됐다. 투명한 바닥재는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곡선의 흐름은 건물 전체에 감성적인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곳에서는 곡선이 건축의 언어가 되고, 공간이 곧 이야기가 된다.

소통이 머무는 오늘의 예술 무대

복합문화공간인 트라이보울에서는 공연, 전시, 축제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이 펼쳐진다. 그중 ‘트라이보울 시리즈’는 이곳을 대표하는 기획 공연이다. 매년 하나의 테마를 정해 클래식, 국악, 대중음악, 무용 등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올해의 키워드는 ‘다중주파’로 서로 다른 예술 장르와 감각이 충돌하고 중첩되며 새로운 감성을 자극하는 실험적 공연 시리즈를 총 6회 선보인다.
‘트라이보울 기획전시’도 빼놓을 수 없다. 기둥 없이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실내와 미래적인 외관을 활용한 전시 공간에서는 매번 다른 주제와 작품이 펼쳐진다. 관람객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동선과 구성을 설계해 예술 감상의 문턱을 낮췄다. 현재 3층 전시장에서는 《인천 청년 작가전 2025-깨어 있는 자들의 꿈》이 진행 중이다. 9월 13일부터 14일까지는 ‘송도 트라이보울 재즈 페스티벌’이 이곳을 무대로 열린다.
트라이보울은 마치 하나의 예술 속으로 걸어 들어온 듯, 깊은 울림과 소통의 온기를 전하는 공간이다. 이 아름다운 그릇은, 인천이라는 도시의 심장 가까이에서 시대와 대화를 나누고, 빛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람들의 기억을 차곡차곡 담아내고 있다.

공연장 곡선으로 이어진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워 관객이 예술의 생동감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인천 청년 작가전 2025-깨어 있는 자들의 꿈》
2025년 트라이보울 기획전시로, 인천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 13명이 참여해 회화,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작품으로 채워지는 전시이다.
트라이보울 이용 안내
  • 주소 인천광역시 연수구 인천타워대로 250
  • 운영시간 (전시) 12:00~17:30
    (공연) 프로그램별 상이
  • 휴관 매주 월요일, 법정공휴일
  • 문의 032-832-7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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