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는 전기 다른 지역으로
    수송하려면
    전력망 확충이 필수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이슈가 전력망 확충에 관한 문제이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왜 전력망 확충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있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나라 전력수급에 관한 가장 최신 계획은 2023년 1월 수립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36년 우리나라의 최대 전력수요는 2023년 대비 약 19% 증가한 118GW로 전망되는 반면, 이를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발전설비 용량은 같은 기간 약 61%가 증가한 239GW로 계획되어 있다. 이는 최대전력이 필요한 시기에 재생에너지가 전기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하는 피크기여도가 태양광 13.9%, 풍력 2.2%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원자력, LNG의 피크기여도는 100%, 석탄은 약 99%)
    전력시스템 인프라는 동시에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최대전력에 맞춰 구축하도록 계획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의 경우 같은 양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타 전원 대비 훨씬 많은 양의 발전기를 설치해야 하고 그 모든 발전기는 전력망과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력망을 많이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이렇게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기가 동시에 많은 양의 전기를 만들어 내면 수요를 초과해 과잉 생산된 전기를 수요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보내줄 전력망이 필요하다. 이때 전력망이 부족하면 과잉 생산된 전기는 버릴 수밖에 없고 그것이 바로 출력제어이다.
    그렇다고 과잉 생산된 전기를 버리는 것이 아까우니 재생에너지 발전기 설치 용량에 맞춰 전력망을 확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가 전기를 적게 만들어 낼 때는 전력망의 이용률이 낮아져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0차 설비계획은 지역별로 재생에너지 발전기 설치 용량의 70%가 동시에 발전하는 경우를 고려해 전력망 확충계획을 수립했으며, 이는 실제 동시 발전량이 설치용량의 70%를 초과하는 경우 과잉 생산된 전기를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렇게 버려지는 전기의 비율이 해당 발전기가 1년간 발전할 수 있는 총 발전량의 약 3%에 해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재생에너지가 많은 곳으로 수요를 이전하면 전력망이 필요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는 우리가 필요할 때 켜고 끌 수 있는 기존 발전기와 그렇게 할 수 없는 재생에너지 발전기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는 이야기 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곳에서 전기를 소비해야 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는 전력망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임에 틀림이 없지만 재생에너지가 전기를 과잉 또는 과소 생산하는 경우에도 우리가 안정적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기가 과잉 생산될 때는 타 지역으로 전기를 수송하고 반대로 과소 생산할 때는 타 지역에서 전기를 수송받을 수 있는 전력망이 충분히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 당연한 전기,
    불편한 전력설비?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전력망 확충이 왜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너무나 당연하게도 누구도 전력설비가 내 토지에 또는 우리 마을에 설치되는 것을 흔쾌히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가 귀했던 과거에는 전력설비를 고마운 존재로 여겼기 때문에 다소의 불편함과 다소의 피해가 있더라도 전력설비가 건설되는 것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너무나 편리하게 아무런 불편 없이 전기를 사용하다 보니 전력설비가 우리 마을에 설치되는 것에 대한 수용성이 매우 낮은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가 전력설비를 기에 확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전력설비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첫째, 개인의 사유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토지소유주는 물론 지역주민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신도시나 산업단지가 개발된다고 하면 인근지역 부동산 시장에 호재가 되지만 전력설비가 설치된다고 하면 반대로 부동산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과 지원 없이 토지소유주와 지역주민들의 선의와 희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문제를 우리가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지역주민들의 무조건적인 전력설비 건설 반대와 지중화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자명하다. 둘째, 주민들의 건강권 즉, 전력설비 전자파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장기간에 걸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력설비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전력설비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낮은 가능성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0’이 아닌 이상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력설비 전자파에 대해서는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과학적인 사실을 알리고 그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면서 모든 정보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한전의 노력들이 일반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과학과 보건·의료 분야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될 수 있으면 훨씬 더 주민 수용성이 높을 수 있다. 이에 우리 회사는 2024년 11월 국립과천과학관과 MOU를 맺고 앞으로 과학관이 앞장서서 전력설비 전자파에 대한 국민들의 과도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 나가기로 했으며, 향후에는 보건·의료 분야와도 함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 전력망 대체 기술
    (NWAs: Non-Wire Alternatives)

    이와 같이 국민들의 사유재산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한전과 정부의 노력을 통해서 전력설비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지게 되면 전력망의 적기 확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전력설비 건설은 여전히 매우 어려운 과정인 만큼 미래의 전력망 이슈를 모두 전력망 확충으로 해결하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전력망 확충을 최소화할 수 있는 NWAs(Non-Wire Alternatives)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다.
    일반적으로 NWAs는 전력망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 기술들을 말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방법은 우리가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효율화해서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과 전기의 생산과 소비를 지역적으로 분산시켜 지역별 수급을 균등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시간적으로도 전기의 생산과 소비를 균등화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대안들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NWAs의 대표 기술인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양수발전을 도입해 전기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에 저렴하게 전기에너지를 높은 곳에 위치한 물의 위치에너지로 변환하여 저장했다가 전기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이것을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력망이 부족한 시간대에는 과잉 생산되는 전기에너지를 에너지저장장치에 저장했다가 전력망에 여유가 있을 때 저장된 에너지를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여 사용하게 되면 전력망에 대한 수요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이때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방법은 물의 위치에너지로 변환하여 저장하는 전통적인 방법(양수발전), 질량을 가진 물체의 운동에너지로 변환하여 저장하는 방법(플라이 휠, 관성에너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배터리에 화학에너지로 저장하는 방법, 수소와 같은 가스로 변환하여 저장하는 방법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이 기술의 발전에 따라 경제성을 확보해서 우리의 전기에너지 생태계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기존의 전력망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유연송전시스템(FACTS: Flexible AC Transmission System)과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기술이다.
    에디슨과 테슬라의 전기 전쟁에서 테슬라의 교류전기(AC)가 승리하여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교류시스템을 채택하게 된 것은 교류전기가 먼 거리에 전기를 보내는 데 훨씬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교류전기는 비교적 간단한 변압기를 통해 전압을 쉽게 높이거나 낮출 수 있었고 높은 전압으로 전기를 수송하면 동일한 에너지를 보내는 데 손실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에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것이 쉽지 않은 직류전기(DC)보다 높은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류전기는 전기의 흐름을 마음먹은 대로 제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교류전기 시스템에서는 장기적으로 발전기와 수요의 양과 위치를 전망하고, 그 전망에 따라 미리 전기가 흐를 수 있는 통로인 전력망을 계획하고 설치하는 방식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제는 직류전기도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비용이 많이 낮아졌고 전기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으로 점차 그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 2024년 한전이 이룬
    전력망 건설 성과

    2024년에는 전력망 확충에 있어 기념비적인 성과들이 여럿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 전력설비 건설 역사상 최장기간이 소요된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준공이다.
    이 사업은 충남 태안군과 당진시 등 중부 서해안에 위치한 대규모 화력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수송하기 위해 2001년 제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통해 계획되었다. 하지만 지자체(당진시)와 지역주민의 송전선로 건설반대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었고 결국에는 지역주민과 지자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송전선로 상당 구간을 지중화로 변경하여 건설을 완수할 수 있었다.
    이렇게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당진지역에서 추진되고 후속사업인 345kV 당진화력-신송산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대부분의 구간을 지중화로 변경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송전선로 지중화는 송전탑 방식에 비해 약 10배 가까운 막대한 비용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장거리 선로에 있어서는 일정규모 이상 지중화가 불가능한 기술적인 한계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두 번째는 978MW에 달하는 대규모 계통안정화용 배터리 ESS사업의 준공이다. 한전이 이미 2016년부터 세계 최초로 376MW 규모의 주파수조정용 ESS 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한 경험이 있다. 주파수조정용 ESS 사업은 발전기나 송전선로 고장 시 주파수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평상시 발전기를 최고 출력보다 낮게 운전하던 방식을 대체함으로써 발전원가가 낮은 발전기의 이용률을 높이고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던 사업이다.
    초기 ESS 사업의 잦은 화재 발생으로 후속사업이 추진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지난해 준공한 계통안정화용 ESS 사업은 전력망 부족으로 동해안과 서해안의 발전기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문제를 완화하여 해당 발전기의 발전제약을 줄임으로써 우리 회사의 전력구입비 상승 요인을 일부 흡수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세 번째, 완도와 제주를 잇는 #3 HVDC 연계선 사업의 준공이다.
    1998년 전남 해남군과 제주시를 잇는 #1 HVDC 연계선 사업, 2013년 진도와 제주도를 잇는 #2 HVDC 연계선 사업이 준공되면서 육지의 원자력과 석탄 등 발전원가 낮은 발전기가 생산한 전기를 제주도로 송전하여 제주도의 비싼 발전기의 가동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는데, #3 연계선 사업은 이와 더불어 제주도에서 과잉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육지로 보내는 역할까지 할 수 있어 그 효용성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24년에는 전력망 확충 여건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전년보다 약 30% 증가한 총 72건의 전력망 사업을 준공하여 전국의 건설 현장에서 불철주야 고생하고 있는 건설 직원들의 저력을 보여 주고 있다.

  • 2025년 현재 전력망
    현황과 과제

    2024년 우리 회사는 제주, 호남, 동해안지역의 모든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하고 전력망이 보강되기 전까지 신규 발전설비의 송배전망 이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신규 재생에너지가 보급되는 기간과 전력망을 확충하는 기간의 불일치에 기인하고 있지만, 기존의 정부 정책이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집중되고 재생에너지 연계를 위해 필수적인 전력망 확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고민이 부족했던 탓도 있었다.
    이에 한전은 2023년 5월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 계획을 수립하면서 선제적 전력망 보강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10차 설비계획 이전에 수립된 345kV 이상 주요 전력망 사업이 총 31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10차 설비계획을 통해 신규로 수립된 사업만 2배에 가까운 57건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차 설비계획에 따른 전력망 투자비 전망치도 9차 대비 약 2배 수준인 56.5조 원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앞서 전력망 이슈와 과제 부분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지금은 전력설비에 대한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수용성이 매우 낮아 이를 극복하고 전력설비를 확충하는 작업에 과거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전력설비의 설치로 영향을 받게 되는 지역의 주민들과 지자체의 눈높이에 맞는 보상과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의에 의존해 전력망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이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는 국가가 국민의 사유재산권과 건강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여 전력망 확충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국가기관에 의한 행정 소요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한전은 전력망 건설에 전사적인 역량을 총 결집하여 안정적인 미래 전력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미래 전력망을 선제적이고 효율적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계획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 계획을 실행할 역량이 부족하면 소용이 없다. 2023년 5월 수립된 10차 장기 송변전설비 계획은 물론 조만간 수립될 11차 설비계획을 차질 없이 실행할 수 있도록 전력망 확충에 전사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 결집시키는 것이 2025년 우리에게 주어진 최대 현안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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